한*인니문화연구원 258-260회 (2015년 1월28일~30일) 문화탐방기
많은 것을 담고 소중한 것을 품은 3일
연구원인턴 하소라(가톨릭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 3학년)
문화라는 것은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나 뿐인 향수와 같은 것, 그 향수에 취해버린 3일간의 문화탐방. 족자문화탐방가기 전 소책자, 일정표, 티켓, 문화탐방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면서 족자라는 곳이 느끼는 것도 많고 담아야 할 것도 많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족자카르타에 도착 후 가장 먼저 아얌 수하르띠(Ayam Suharti)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곳이 원조로 가장 맛있는 닭요리 식당이라고 한다. 탐방에 오신 회원 20분과 식탁에 앉아 소개를 하면서 먹던 닭요리가 돌아온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계기, 직책, 이름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 3일간의 문화 탐방이 더욱 알차고 좋은 인연으로 남게 될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분들과의 문화탐방도 이색적이었고 문화탐방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에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쁘람바난(Prambanan) 사원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엽서에 나올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까이서 가보니 일일이 조각을 하여 쌓아올려 맞추어 놓은 것이다. 그 규모가 대단해서 넋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사원에 올라가 둘러보면서 이번 문화탐방에 남을 멋있는 사진 찍기에 바빴다. 회원들도 원장님과 가이드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감상하였다. 동남아 최대 규모인 힌두사원으로 알려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고 불교와도 융합된 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다양한 종교가 융합된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을 보면서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인니를 알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빠랑뜨리띠스 해변을 볼 수 있는 절벽 호텔로 향했다. 인도양 바다를 보는 순간 불안, 긴장,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 해안에서 볼 수 없는 파도와 바다가 펼쳐졌고 높은 파도에 부서져 막 밀려오는 바닷물이 아름다웠다. 호텔에서 보는 바다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면 마차를 타기 위해 내려서 본 빠랑뜨리띠스 해변은 안전부표도 없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그 속에 어울리는 사람들의 그림처럼 평온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마차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데 그 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 일분일초를 눈에 담기에 바빴던 시간이 가고 바틱가게와 은 수공예품을 구경하러 갔다. 원장님께서 매일 입으시던 바틱 옷과 예쁜 천들이 많이 있었으나 어리둥절해서 아쉽지만 치마 두 개만 샀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담아 족자의 속살을 느끼며 취해 버린 첫째 날이었다.
둘째 날, 이국적인 호텔에서 조식을 맛있게 먹은 뒤 호텔 구경 후 향한 곳은 므라삐 화산이었다. 므라삐 화산은 4년마다 폭발한다고 한다. 2010년 화산이 폭발하였는데 그 때는 모두 화산재로 뒤덮어 있었고 집, 나무, 가축 모두 없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나무도 자라고 사람들도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황무지였던 곳도 이렇게 다시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생명의 끈질김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지프차를 타고 므라삐화산 주위를 다녔는데 마치 놀이기구 타는 듯 스릴 넘쳤다. 곳곳을 보면서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인 화산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좋은 위치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특히 화산재가 지나간 자리와 그 옆 나무가 자라나고 있는 므라삐 화산은 멋진 절경을 이뤘다. 하늘의 구름과 함께.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가 탄 10개의 지프차가 나란히 화산을 돌며 가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화산재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 화산재만 있었고, 어떤 곳은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므라삐 화산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원장님의 열정 넘치는 설명과 함께 탐방지에 어울리는 시를 낭송하면서 이동하였다. 동굴 같은 특이한 구조의 울렌센따루 박물관을 탐방하고 너무나 웅장한 보로부두르 사원으로 향했다. 또한 보로부두르가 보이는 아만지오 호텔에서 보로부두르를 보면서 족자(엄밀히는 Magelang) 속의 보루부두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보로부두르에 있는 스투파나 각 회랑마다 조각이 표현한 불교에 관한 설화들을 세세히 보고 감상할 수 있었다. 무려 1만 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위해 조각한 종교, 예술, 문명이 깃든 보로부두르 사원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었다. 또한 맨 위 스투파로 가기까지 각 층마다 조각에 새겨진 조각들이 무엇을 묘사하는지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런 보로부두르가 므라삐 화산이 분출하여 잿더미 속에 묻혀 천년 동안 잊혔다가1973년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되어 1991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주변 경치도 올라갈수록 아름다웠다.스투파 안에 불상이 있는 것도 신기했고 사람들이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스투파 격자 사이에 손을 뻗어 안에 있는 불상의 오른손 약지로 만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여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마음만은 닿았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마지막 날의 문화탐방은 베짝을 타고 족자 거리를 거닐며 왕궁으로 갔다. 마치 왕족이 되어 왕궁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18세기 말에 지어진 왕궁(이슬람)에 8세기 힌두계 마따람 왕국이 발흥한 만큼 힌두의 모습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것에도 놀라웠다. 왕궁에서 왕을 지키는 사람(Abdi dalem Punokawan)들의 복장(Abdi Dalem)을 보면 상징적인 것들을 많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바틱치마(Jarik) 뒤에 칼(Keris)이 꽂혀 있는데 이것은 왕궁을 지키기 위한 진짜 칼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모자(Belangkon)까지 착용하고 있었는데 치마(Kain bawahan)와 맨발과 잘 어울렸다. 아직도 왕이 있고 왕을 섬기는 족자왕궁은 유럽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넓고 족자와 어우러지는 왕궁이었다. 다시 베짝을 타고 물의 궁전이라고 하는 왕의 별장이었던 곳과 기도실을 탐방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18세기 혹은 그 이전의 왕들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마지막 탐방장소는 아판디 박물관이었다. 아판디는 세계적인 인도네시아 미술가이다. 이곳은 아판디가 작고할 때까지 작업했던 곳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박물관의 이미지와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예술적이었다. 특히 박물관의 지붕이 바나나 잎의 형태를 따서 만들었다고 하고 내부 디자인도 감각적으로 되어있었다. 세계적인 화가라는 것을 그림에 깃든 예술 혼을 느끼면서 알 수 있었다. 시기에 따라 그림의 형태가 달라지는데 말기에 그린 그림은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림에 대한 남은 열정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볼거리도 많았다.
더 보여주고 싶고 깊게 느끼게 해 주고 싶은 원장님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생활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자카르타와는 또 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된 족자카르타의 문화탐방이었다. 족자에 다시 오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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