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거리, 예술의 거리 Menteng
하소라(연구원인턴, 가톨릭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 3학년)
Menteng(멘뗑) 문화탐방은 화창한 햇살 대신 마음을 적시는 비로 시작했다. 연구원에서 회원들은 커피타임을 가지며 문화탐방 팸플릿을 읽으면서 서로 탐방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서 한껏 부풀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덩달아 들뜬 마음으로 한*인니문화연구원(이사장 송재선)에서 주최한 행사들을 소개하는 관련 자료들을 회원들께 나누어드렸다.
첫 탐방지인 오바마가 다녔던 학교(SDN Menteng 01)로 향했다. 교문에 오바마대통령의 웃는 모습과 함께 "미국 44대 대통령이 1969년-1971년 다녔던 학교"라고 적혀있다. 서민적이고 흑백차별을 뛰어넘어 세계의 지도자가 된 오바마 흑인 미국대통령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학교가 아기자기하고 초등학생에 맞게 가꾸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학교가 시설이 좋은데 반해 이 곳은 나무와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과 소박하게 꾸며진 학교로 정감 있게 다가왔다. 학생들은 외국인인 우리를 밝고 환하게 반겨주었다. 마치 오늘 전학 온 학생을 대하는 것처럼.
운동장과 연결된 현관 쪽에서 체육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악에 맞추어 접시춤을 배우고 있었는데 우리가 수업시간에 합류해도 좋다고 했다. 느슨한 학교 분위기 때문인지 학생들도 밝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것 같았다. 마치 인도네시아 작은 마을 속 공동체에 온 것 같았다. 특히 접시를 들고 춤을 추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이미 느긋함과 순수함이 베어 나왔다. 오바마 3학년 교실에는 여전히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중에 이 아이들도 오바마처럼 유명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다. 교실에는 오바마 사진과 후배들이 퍼즐로 만든 오바마가 걸려있었다. 학창시절의 오바마는 밝고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고 한다. 낯설고 얼마나 아팠을까. 그럼에도 빛나는 최고가 된 오바마. 이 학교의 분위기가 오바마의 전 생애를 끌고 간 것을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따만 수로빠띠(Taman Suropati) 공원은 아세안 공원이라고도 불리는데 독립운동을 한 노예 수로빠띠의 한 많은 생이 비와 함께 젖어들고 있었다. 다음 탐방지는 독립선언서작성박물관(Museum Perumusan Naskah Proklamasi)이었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독립선언서 작성에 대한 역사와 독립에 관련한 사진과 자료들을 전시해놓았다. 네덜란드의 식민지로서 350년 지내면서 박물관도 독립 전까지 유럽인 상류층의 거주지인 만큼 유럽풍으로 지어졌다. 원장님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인도네시아 역사와 관련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독립선언을 망설였다는 수까르노-하따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대 상황과 화합•조화를 중시하는 인도네시아 인들의 국민성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다음 탐방지는 혁명영웅이라고 불리는 yani 대장 박물관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야니대장 동상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버린 듯, “그들은 천년을 살 것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의연하게 서 있었다. 이라안자야를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시키고, 말레아시아 무장투쟁 등 인도네시아 독립투쟁에 앞섰던 장군의 집에서 느끼는 그는 혁명투사의 이미지 보다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가장(家長)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야니장군은 1965년 공산당 쿠데타 시 이곳, 장군의 집에서 공산당에게 총살을 당하여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잘 보존되어있었다. 심지어 총 자국까지 남아있는 액자가 보존되어있다. 격동하는 인도네시아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게 되어 그 의미가 새로웠다.
100년 된 아르데코 풍의 Kunstkring 아트 갤러리(1913년-1914년 건축)는 문화유산 건물로 당시에는 지식인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고 한다. 이슬람위원회(1942~1945년) 인도네시아의 본부 역할도하고 이민국(1950~1997년)으로도 사용되었다. 그 후 논쟁 속에 부다 바(Buddha bar)로 운영하다가 2013년 4월 Tugu Kunstkring으로 다시 오픈한다. 예술적으로도 깊이 있는 분위기의 식당이라 감상하는데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다운 식당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역사적인 오아시스 레스토랑이었다. 평범한 외관과는 달리, 1900년대 정상회담을 했을 것 같은 분위기에 유명한 사람들을 맞이하는 장소에 와있는 듯해서 괜히 우쭐해졌다. 또한 전통 서빙 방식(Rijsttafel)이 유명하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 해군 공관으로 사용되어서인지 클린턴-힐러리가 방문한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잘란 수라바야 골동품 거리(1960년에 시작)를 걸었다. 골동품이라 그런지 녹이 쓴 것도 있었고 처음 본 것들도 많았다. 이 거리에서 옛 시대의 생활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아직도 골동품 상인들이 유지되는 것도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쯔마라(Cemara) 박물관갤러리. 지중해스타일의 갤러리로 카페, 도서관, 홈스테이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문화공간이라고 한다.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들은 아판디 그림 뿐 아니라 무려 40여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었다. 그림 한 점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150점의 훌륭한 그림이 전시되어 가구와 어우러져 편안함 속에 감상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현실 속 느긋함을 가질 수 있었던 장소였다. 50년간 파리에서 활동한 살림(Salim, 1908-2008). 그러나 인도네시아 풍을 간직한 살림은 아주 유명한 화가라고 한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차분하게 잘 승화시킨 그림 같았다.
또 한 번의 소중한 문화탐방을 마음속에 새기며 역사 속의 그리운 사람을 향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짧은 하루가 마음 적시던 비와 함께 깊이모를 인도네시아의 예술과 역사로 꽉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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