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대근 평론가- 문학박사
세상을 보는 넉넉한 여유와 긍정의 자세
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문학은 예술이기에 ‘품격’과 ‘맛’을 요한다. 창작에 있어서 정해진 어떤 법이라는 것을 굳이 말한다면, 그것은 메시지를 어떤 방법에 의해 미적으로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의미의 조형화다. 문학은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라는 측면에서 문학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제3회 적도문학상 공모에서 아쉬운 점은 수필과 소설에서는 대상으로 뽑을 정도의 문학적 성취에 이른 작품은 없었다.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우수상에는 오기택의 작품 <괜찮아요, Tidak apa apa>이 선정되었다. 이 수필은 다른 응모작에서는 볼 수 없는 주제적 양식으로서 수필의 시학과 미적 울림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모든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미적 대상임을 전제할 때, 수필작품 속에서 생성된 미의식을 음미하는 것은 작품해석의 최종적인 단계에 해당된다.
오기택의 작품은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느끼는 이민자로서의 문화적 차이를 정조준하여 ‘제재와 주제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성격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어 감동을 격조 있게 보여준다. 한국문화와 인도네시아문화를 비교한다든지, ‘자기애’를 통해서 ‘이타심’이 발생된다는 발견이 주는 미적 장치로 해서 독자에게 미적 사유의 세계를 열어준 점이 돋보였다.
우수상에 선정된 김영준의 <거북이의 꿈>과 김아람의 <겨울바람 불어오는날...>이들 작품 또한 문학적 기량을 높이 평가한다. 필력이나 문장력에 내공이 엿보인다. 김아람의 수필은 제목 짓기에서 실점이 있었다. 수필에서는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기회에 인식했으면 좋겠다. 장려상인 지나의 문장력도 앞으로 문인이 될 잠재력을 보여줄 정도로 괜찮지만, 개인 주체로서 개인사적 소재를 취택한 것이 아쉬웠다. 상당한 문학적 기량을 겸비했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화소가 걸림돌이어서 상위권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밝힌다.
학생 및 청소년부는 인도네시아 현지인인 파히라 아르디니푸트리의 단편소설 <하나가 되는 별>을 첫 번째 우수상으로 뽑았다. 소설의 맛은 아무래도 구성미다. 인물의 창조와 사건의 구성이 문학적 성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하나’와 ‘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죽음과 꿈의 세계를 두 축으로 해서 둘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구조다. 우리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그려낸 점도 좋았다. 쉽게 말해 인생의 모습과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 전통문화의 현실을 작가가 애정의 눈으로 보고 적은 글이라서 맛있게 읽힌다고 하겠다. 일상적 사건이 문학적 사건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은 좋으나 길이가 너무 짧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작에 선정된 것은 일단 외국인이라는 점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독자에게 재미있게 전달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신의 경험을 압축하는 단축키 또는 시대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가장 적재의 화제, 한국의 전통문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를 꿈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긍정과 성장의 내포를 다지는 데도 성공했다.
두 번째 우수상과 세 번째 우수상은 노성완과 박서원에게 돌아갔다. 단편소설인 <두 번 이상 먹고 싶은 요리>는 한 셰프의 꿈을 다룬 작품으로 청소년문학의 특성인 성장 과정의 꿈을 도전정신으로 잘 그려내었다는 점과 박서원의 수필<언어와의 전쟁>도 바람직한 주제설정과 사건전개가 돋보인다고 하겠다.
문학은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라는 측면에서 문학성을 유지해야 한다. 사상과 철학 같은 정신적인 요소가 문예미학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겠다. 특별상인 조성익의 ‘한인의 삶’과 장려상인 박주선의 ‘시간’은 하나같이 이민문학의 특성이기도 한 문화적인 충격과 갈등을 잘 극복하고 있는 작품들을 뽑았다. 꾸밈이 없는 자연스러움은 수필의 생명이요, 최대의 강점이다.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한국의 환상에 젖을 게 아니라 이 나라의 문화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가운데서 자신을 찾아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바람직한 이민생활의 자세다.
이들 작품은 타국생활의 낯선 체험을 정조준하여 성찰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성격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 자료에 투영된 주제의식이 햇살 같이 밝게 빛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는 점은 당선수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화접변을 통한 인간적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경험과 성찰의 세계가 공감을 자아낸다. 인간의 의식과 삶의 형태를 글로써 변환시켜내야 하는 건 인류의 미래를 예지해야 하는 작가적 인식이다. 당선 작품이 주는 쾌미는 인생을 보는 작가의 넉넉한 여유와 긍정의 자세다.
언제나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명제가 아니겠는가. 한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문학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품격을 갖춘 문학만이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3회 적도문학상 공모전에 수상하게 된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앞으로 더욱 이민문학 발전에 기여해 주시기 바란다. 수상자로 선정되는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수상자에게도 한국문협 인니지부에도 더욱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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