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 년 기
김 명 희
바람이 휘젓는 젓가락질로
온통 헝클어진 머릿속
늘 다소곳한 이성은
간데없고
비를 뿌리는 폭우가
머릿속을 질러가네
정체 없는
뜨거운 심장이
다그닥, 다그닥 안동 타고 내달리다
어느 경사 높은 길 중턱에서
마지못해 식으려나
하루의 틈새에서
온데 간데없는 나를
목 놓아 울며 부르면
때 마쳐 만나지려나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시 부문 우수상 수상 소감 / 김 명 희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자신의 손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손에 대한 이야기가 그처럼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야기 하는 내내 나의 손을 들여다 보았다.
어릴 적 추운 겨울 내내 김 양식장에서 부모를 돕던 내 손은 늘 동상에 걸릴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안쓰러우셨던 아버지는 실로 동상 든 손가락 하나 하나를 동여 맨 다음 바늘로 피를 빼 주시곤 했다. 그래서 내 손은 늘 부어있었고 손은 커가면서 부은 건지 살이 찐 건지 분간할 수가 없어져 갔다. 가끔 길 거리에 예쁜 이미테이션 반지들이 있었지만 그 반지들은 내 손가락 약지 중턱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내 손에서 반지는 잃어버린 결혼 반지 이후 한번도 사치를 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굵어 맞추지 않으면 반지를 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손은 참 많은 내 삶의 동반자로 나를 지탱하는 각별함으로 내게 있었다. 당선의 소식을 듣는 순간 먼저 난 내 손에게 고마웠다. 숨 돌릴 틈이 없던 내 삶의 시간 동안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해 주었고 이제는 쉰을 넘긴 나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을 하기 위에 내 손은 사치스런 모든 것을 거절했다. 그것은 내게 주신 특별한 은총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를 떠올리며 예기치 않았던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때도 손은 부지런히 나아갔다. 나를 다독이고 일으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쟁 통 얹혀진 보따리처럼 오래 얹혀져 온 내 짐들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짊어져야 했던 짐들이 쉰이 넘은 나이에 하나씩 옮겨져 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 내 손은 특별히 곱다.
누구나 맞는 갱년기가 되면서 다시 꿈틀대는 내 감성에 감사하고 소녀적 내 극적임을 기꺼워해 주셨던 3학년 2반 담임 선생님께 감사하다. 연애할 때 써준 쪽지를 귀하게 보관해 주고 좋아해준 나의 남편 한중섭씨에게도 감사하다. 맑고 순수한 시어들로 나를 감동시킨 젊은 윤동주와 사람을 희망으로 여겼던 박노해 시인에게 고맙다. 적도 문학상을 통해 기회를 주신 문협 인니지부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 드린다. 또한 내 삶의 모든 슬픔을 일으켜 기쁨 되게 하신 나의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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