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어린 봉숭아
(위안부로 희생당하신 노모님들을 생각하며)
문 인 기
어느 초여름
임들의 작은 몸에
송이송이 꽃망울이 달리던 계절
차라리
임들은 그대로
주홍 색 꽃잎 열어
향기 날리는
고향 울밑이 좋았으련만
음흉한 거친 손
임들을 그루 채 뽑아
낯선 땅으로 옮겨놓고
마지막 한 송이까지
훑어 따서 짓밟았네
상처 난 가슴
시든 몸 싸매고서
고향 울 밑을 찾아
임들은 다시 서 있건만
음흉한 자들 그 자행조차 부인하여
멍든 꽃잎
잃어버린 향기
꺾인 줄기의 한이
가슴을 두드리고
한숨의 깊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눈물이
조국의 땅도
민족의 가슴도
적시고 또 적시는구나
시 부문 우수상 수상소감 / 문인기
60년 전, 7살 때, 나의 누님은 파독 간호사로 취업을 하여 나에게 과분한 카메라를 하나 사주었다. 카메라를 갖게 된 나는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는 재미에 필름을 구입하느라 어머니를 많이 성가시게 해드렸었다. 어렸을 적엔 그냥 사물을 촬영하는 것에 급급하였지만 점점 나만의 시각에서 사물을 담아 독특한 사진을 만들고 싶어져 한 컷의 셔터를 누르는데도 사진을 배우지 못한 나로서는 시간과 고심을 더 쏟아야 했다. 이런 나의 태도는 작은 것 하나에도, 어떤 느낌 하나에도 나 스스로 심오한 사색자라도 되는 양 자신을 억지로 만들어 갔었다.
내 속에서 생각이 떠 오를 때마다 시간을 소비하여서라도 글로 적어 보관하여 왔다. 그러나 한번도 감히 시인으로부터 나의 이런 글이 과연 시라고 불리 울 수 있는지 물어 볼 용기가 없었다. 딱 한번, 30대에 문장력이 좋은 한 회사동료 사원에게 나의 글을 보인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평가는 "친구이니 정직하게 말하네만, 아무렇게 쓴다고 다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좀 해라!"는 촌평이었다. 그 말은 나에게 격려가 되기보다는 위축을 주었었다. 그러나 그런 위축감도 나의 습관적 사고를 완전히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계속 나는 적었고 가끔 꺼내 읽어 보고는 혼자서 감탄하기도 하고, 혹은 글이 너무 군더더기가 많아 줄이는 작업을 통해 다듬어서 다시 담아두곤 하였다.
최근 처음으로 나에게 격려의 말로 용기를 주며 적도문학상 공모에 내보라는 한 분의 권유를 받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제출하였는데 치열하였다는 공모 중에서 ‘우수상’에 선정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의 귀를 의심하였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엄청난 격려요 나를 견인하는 힘을 받았다. 이번 나에게 주어진 적도문학상 심사위원님들의 각별한 격려와 동기부여는 나도 이제 확신을 가지고 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큰 용기가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넘친다.
우둔한 나의 영혼에 맑은 정신을 계속 담아주시기를 간구하며, 내가 가슴에 늘 담고 있는 소망 그대로 자기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기보다는 다른 분들과 함께 위로와 용기와 행복을 나누는 글을 계속 이어가기를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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