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숙(44.여) 인도네시아 교포, 제4회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
한국의 대표적 계간문예지인 실천문학과 충북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제4회 오장환 신인 문학상’(운영위원장: 신경림 시인)에 인도네시아 교포인 채인숙(44세,여) 씨가 ‘1945, 그리운 바타비아’ 외 5편의 시를 공모하여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오장환 시인(1918~1951)의 시적 성과를 기리고, 부박해지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위의를 되새기기 위해 제정한 ‘오장환 신인 문학상’은 9월 18일 오장환 문학제가 열리는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시상식을 가졌고, 당선자인 채인숙 시인은 상패와 함께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배경으로 쓴 당선작(1945, 그리운 바타비아)은 식민지의 기억과 낭만적 사랑의 기억을 이국적 풍경과 잘 섞어냈다”며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정조를 조탁하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식민 지배로 파국을 맞은 어떤 사랑의 이야기가 그 사랑이 끝난 극장에서 그림자극으로 다시 상연되고, 그것이 다시 지금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 절묘한 확장에서 투고자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선자인 채인숙 시인은 17년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살고 있으며 당선작 제목인 바타비아는 자카르타의 옛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정지용 시인의 문하에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벌이다가 모스크바에서 죽음을 맞이한 오장환 시인의 삶과 시는, 350년 이상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에서 오랜 세월을 살며 향수병을 견뎌온 그녀에게 시대를 넘어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 이러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어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산문에 가까운 문장이지만 시적 리듬을 잃지 않고 있으며, 진술을 주되게 사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떠오르게 하는 솜씨가 기성 시인에 못지 않았다”며 당선 이후 그녀의 활동에 큰 기대를 나타내었다.
채 시인은 한국에서 방송작가와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오랑꼬레아의 아리랑’, ‘황금을 캐는 집시’, ‘한,인니 수교 40년, 위대한 도전’ 등의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며 KBS 서울 프라이즈에서 다큐멘터리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한.인니 문화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을 돕고 있다.
대학 시절 모 일간지 신춘문예 본심에 올랐으나 탈락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시를 응모했다는 그녀는 당선 소감을 통해 “오장환 시인의 이름으로 주는 이 어마어마한 상을 제가 덜컥 받을 자격이 되는지 생각할수록 두렵습니다. 저는 시를 쓰기 위해 절망의 끝까지 가 있는 시인들을 알고 있고, 그들이 시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던지고 참혹하게 견디는지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감히 시를 쓰고 있노라고 호들갑을 떨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당선이 그동안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지우며 시를 써 온 지난 세월에 대하여 실천문학과 심사위원 여러분이 주신 격려의 응답이라 여기며,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천천히, 열심히 쓰겠습니다” 라고 밝혔다.채 시인의 당선작은 실천문학 겨울호에 당선 소감과 함께 실릴 예정이다.
(기사 참조: 뉴시스 통신, 중앙일보 뉴스, 충북일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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