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에 "정치왕조 구축" 비난 이어져…탄핵 요구·학생 시위 등 거세져
'세계 3위 민주국가' 자부심 이면엔 '결함 있는 민주주의' 아픈 지적도
▲ 인도네시아 대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거리에 (왼쪽부터)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후보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자 부통령 후보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그림이 그려진 선거 포스터가 걸려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언론은 자국 명 앞에 '세계 3위 민주주의 국가'라는 수식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는 인구수 기준 인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를 닷새 앞두고 인도네시아 안팎에서는 현지 민주주의가 크게 퇴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정치 왕조'를 구축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며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재선 이후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이어왔고, 이 인기를 등에 업고 그가 개헌을 통해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이를 부인했고, 결국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현 인도네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코위는 개헌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선거법을 바꾸면서까지 자기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를 자신이 지지하는 야당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40세 이상만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 소원 청구를 인용해 30대인 수라카르타 시장 기브란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이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인 헌재 소장이 사건을 기피하지 않고 배석해 이해충돌 방지 위반으로 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기브란의 출마는 번복되지 않았다.
▲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자카르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2.8. photo@yna.co.kr
최근에는 조코위 대통령이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고 노골적으로 프라보워를 지지해 비판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와 독대하는 장면을 여러 번 노출했고, 지지자 앞에서 프라보워의 기호 2번을 상징하는 '손가락 V자'를 들고 흔들기도 했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식량 보조금 확대 등 각종 선심성 정책을 펼치려다 재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코위 대통령의 모교인 국립 가자마다대학(UGM)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국립 인도네시아대학(UI) 등 학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7일에는 수백명의 대학생이 자카르타에서 모여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아트마 자야 대학의 요에스 케나와스 연구원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조코위가 정치 왕조를 건설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조코위의 목표는 기브란이 2029년에 대선에 나가는 것이며 부통령직은 이를 위한 '수습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여전히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자녀들도 대를 이어 정치에 나서는 등 정치 왕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인도네시아를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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