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군 경비정이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해역에서 로힝야족 난민을 태운 목선을 발견, 이를 감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바다를 건너오는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난민들에 대한 인도네시아인의 적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해군이 로힝야족을 태운 목선을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으로 쫓아냈다.
29일(현지시간)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지난 27일 자국 아체주 해역에서 감시 활동을 벌이던 중 로힝야족 난민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목선을 발견했다.
이에 해군은 목선으로 다가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인도네시아를 향하던 목선은 뱃머리를 돌렸다. 해군은 이 목선이 인도네시아 EEZ 밖으로 벗어날 때까지 쫓아가며 감시했다.
해군 측은 이 배에 난민들이 몇 명 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인도네시아로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동은 로힝야족 난민선을 구조해달라는 유엔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들어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으로 향하는 배 중 일부가 표류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들을 구조해 달라고 동남아 각국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인도네시아 해군이 로힝야족 난민선을 노골적으로 쫓아낸 것은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자국민의 적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으로 이전부터 탄압받았고 특히 2016년 미얀마 정부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에 쫓겨 대거 방글라데시로 몸을 피했다.
이들은 난민촌의 열악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상대적으로 바다가 잔잔한 지난 11월부터 인도네시아 등으로 건너오기 위해 낡은 목선에 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로힝야족 난민은 1천500명이 넘는다. 이에 인도네시아인들은 난민들이 자국 땅에서 각종 범죄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27일에는 대학생 수백명이 로힝야족 난민 임시 거처를 습격해 이들을 다른 곳으로 내쫓기도 했다.
이처럼 로힝야족 난민들에 대한 자국 내 여론이 나빠지자 인도네시아 당국도 이들을 태운 배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상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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