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안와르 우스만 인도네시아 헌재 소장(가운데)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2023.10.16. photo@yna.co.kr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현재 40세인 대통령과 부통령의 출마 연령 제한을 유지하면서도 선거법을 바꿔 선출직 공무원은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장남의 부통령 출마 가능성이 다시 살아났다.
16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인도네시아 헌재는 선거법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피선거권 최소 연령을 40세로 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를 35세로 낮춰 달라는 내용의 헌법 소원을 기각했다.
헌재는 피선거권 연령을 법으로 제한한 것은 국회의 권한이며 이를 바꿔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이번 판단에 관심이 쏠렸던 것은 헌재가 피선거권 연령을 낮출 경우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르타(솔로) 시장이 내년 2월 대선에서 부통령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이날 헌재의 최종판단으로 기브란의 부통령 출마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판단 이후 오후 다시 열린 재판에서 선거법상 대통령과 부통령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연령이 40세 이상이거나 선출직에 오른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심사해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전에 내린 결정에 배치되는 결정을 당일 오후에 내놓은 것이다.
이 덕분에 솔로 시장인 기브란은 연령과 관계없이 대통령이나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기브란은 2020년 지방선거에서 아버지 조코위 대통령이 시장으로 일했던 솔로시 시장선거에서 당선, 선출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내년 2월 대선에서 대통령에 세 번째 도전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2번의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어 모두 패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또 여당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중부 자바 주지사 대신 사실상 프라보워 장관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 입장에서도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판도가 바뀔 수도 있기에 현직 대통령의 장남과 손을 잡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80%에 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최소 출마 연령을 40세로 정해 36세인 기브란이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꿔야 했다. 그러자 기브란의 지지자들은 그가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헌재에 각종 선거법 개정 헌법소원을 냈고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기브란은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조코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며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판은 더 커지게 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미 재선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데도 지지율이 워낙 높아 개헌, 선거 연기, 부통령 출마 등으로 정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을 이끈 헌재의 안와르 우스만 소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여서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등은 이해 충돌을 이유로 우스만 소장이 이번 판결에서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스만 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 분석가인 레이 랑쿠티는 헌재의 판단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결국 중립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오른쪽 맨 끝)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왼쪽에서 세번째)의 결혼식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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