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국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20여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고용한 인도네시아 군인들의 주민 인권 유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과 합의했다.
16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주민 11명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합의문을 제출하고 금전적 합의에 따라 2001년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엑손모빌은 1990년대 인도네시아 아체주 북부에서 가스전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에서 큰 천연가스전 중 하나로 불리는 아룬필드 지역이었다.
당시 아체지역에서는 분리주의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었고 사업장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은 사업장 보호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 군 병력을 보안요원으로 고용했다.
하지만 고용된 군인들이 지역 주민들을 성폭행하고 구타, 불법 구금, 고문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문제가 전해지자 국제노동권리포럼(ILRF)은 2001년 11명의 아체 주민을 대신해 미 법원에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엑손모빌이 군인들의 만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오히려 이를 지원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엑손모빌 측이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맞대응하면서 이 사건은 20년 넘게 법정 다툼을 벌였다.
양측은 오는 24일 배심원단이 참여하는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결국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엑손모빌 측은 "우리는 피해자 가족들과 관련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번 사건에서 주장된 행동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권 침해를 비난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직원도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내용은 없으며 이번 합의로 모든 사건이 종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주민 측 대리인이었던 아그니에슈카 프라이즈먼 변호사는 합의 소식에 11명의 원고가 눈물을 흘렸다며 "그들은 세계적인 대기업을 상대로 20년 넘게 용감하게 싸웠다"라고 평가했다.
2008년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엑손모빌 퇴출 시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5/16 12: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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