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24일부터 유가를 평균 28.7% 인상하면서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뿌르노모 유스기안또로 광물에너지장관은 23일 밤 9시 휘발유 가격을 ℓ당 4천500루피아(0.48달러)에서 6천루피아(33%), 경유는 4천300루피아에서 5천500루피아(28%), 등유는 2천루피아에서 2천500루피아(25%)로 각각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유숩 칼라 부통령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추가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식품가격이 급등한데다 유가인상까지 겹치면서 먹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는 학생, 근로자, 주부 등 수백명이 이날 새벽까지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시위주동자 26명을 연행했다.

   자카르타 소재 내셔날대학교에서는 23일 낮부터 시작된 시위가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점차 과격해지다가 대학생 3백여명이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이날 새벽 5개 중대병력을 학내에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여명의 학생을 연행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유가인상 조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총 14조1천억 루피아의 예산을 책정, 올해 말까지 극빈층 1천910만 가구에 매월 가구당 10만루피아의 보조금과 쌀 15kg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연맹 소속 근로자들은 오는 26일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혀 당분간은 양측의 마찰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지난 1998년 정부의 유가인상에 반발해 전국적인 반대시위를 벌여 32년간의 수하르토 철권통치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스피드뉴스/5월24일]